호호아이 서현이와 마루네 집입니다.

 

 

 





   호호맘  

   나는 왜 전교조 교사인가?
전교조 교사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어이없는 단체의 어이없는 행각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명단 공개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명단 공개를 하는 저들의 우수운 처사와 의도가 분통터집니다.
내일 아침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보낼 편지를 썼습니다.
이곳에 그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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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교조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은 것은 1989년  고3...
고3이라는 이유로 세상 소식에 둔감하던 시절임에도 그해 뜨거웠던 전교조 선생님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듣게 된 것은 우리 학교 선생님 중에 몇 분이 가입하시려다 학교에 압력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 돌면서였습니다.
보수적인 사립학교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회과 선생님 한분과 역사과 선생님 한분이 거명되었습니다. 전교조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분들이 하시려고 하는 것이면 뭔가 의로운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직된 분이 있으셨던 것은 아니어서 그냥 소문만 무성했고... 그냥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금새 잊혀졌지요.

1990년 대학에 입학하니 87학번, 88학번 선배들이 90학번인 우리들을 보며 ‘참교육 1세대’라고 불러주었습니다.  참교육이라는 말조차 어색했던 새내기였지만 그 말을 들으며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경들이 캠퍼스까지 밀고 들어와 시위하는 학생들을 낚아채가는 일이 종종 있었고... 참 많은 시위 구경을 하며 대학 1학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5월이 되었는데 학교 강당에서 ‘닫힌 교문을 열며’ 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경찰은 상영을 막기 위해 교문밖에 진을 치고 선배들은 경찰을 막기 위해 손수건을 반으로 접어 얼굴을 가리고 교문 안에서 진을 쳤습니다. 급격하게 가치관의 혼란과 성장이 거듭되던 시기였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선배들의 보호 아래 순진한 우리들은 스릴있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스릴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스릴에 괜스리 겁먹으며...
지금은 왕의 남자의 연산군역할로 대스타가 된 정진영이 해직교사로 나옵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이야 비를 맞으며 교문 밖에서 처절히 싸우던 모습이겠지만
제게 인상깊었던 장면은 정진영이 아이들에게 L 자로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가지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이었습니다. Love, Liberty, ... 그리고  Labor
노동이 아름답다니... 그때까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가치 앞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 가슴에도 무언가 모를 부끄러움 같은 것이 자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졸업을 하고 1년동안 임용고시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루 14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도서관 식당 구석자리에 앉아 찬 도시락을 먹으며 내가 왜 교사가 되려고 하는가 많이 생각했지요.  그리고 합격만 된다면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겠노라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1996년 초임으로 수도여고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수도여고에서 만난 세분의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고 싶고 따르고 싶은 좋은 교사의 모습, 좋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선배님들...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대해 늘 고민하고 깨어있는 교사가 되기위해 모이고 나누던 선생님들 사이에서 ...  참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결혼과 육아 출산으로  5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합법화 이후의 전교조는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로 치닫는 급격한 시류에 파도타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승리하지 못하는 싸움이 계속되면서  분열의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은 컸지만 내가 무언가 해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조합비만 낼래” 라는 말이 우리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갔습니다.

해직을 불사하던 전교조 1세대 선생님들은 10년을 넘겨 15년을 계속하는데도 이어갈 후배가 없어 계속 일선에 서셔야 했고... 피로감이 쌓여, 건강이 나빠져, 가정상황이 나빠져... 활동을 점차 하기 힘들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 운동.... 비단 전교조만의 고민이 아니겠지요.
노동운동도 환경운동도 기타 시민운동도... 다 같이 맞이한 고민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교육문제처럼 복잡하고 답이 없는 문제도 없는지라 교육이 질곡에 빠질 때마다 그걸 막고자하는 전교조는 늘 도마에 오르게 될 숙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역사 교과서 싸움을 지켜보며 우리가 얼마나 약한지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 한명 한명은 참 약해서... 그래서 뭉쳤어야 했었지...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교장과 싸우기에, 거대한 보수와 기득권층과 싸우기에 우리 하나는 너무 나약하기에 동지가 필요했고 조직이 필요했었구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전교조구나...

반국가 교육척결 국민연대라는 어이없는 단체가 교육을 망친 것은 전교조라며 무슨 범죄자 명단이라도 공개하듯 전교조 명단을 발표하는 것을 보며 울분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이 일고의 가치조차 없지만 분명 우리들은 또 상처받고 위축될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제가 전교조 교사인 것이 한 순간도 부끄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교조 교사가 잘못한다고 할까봐... 조직에 누가 될까봐 더욱 조심하고 열심히 생활했습니다. 더욱 열심히 못했던 것이 늘 미안했을 뿐이었지 전교조 교사였던 것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을 알겁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양심을 가르치고, 바른 가치관을 가르친 선생님들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이 말하는 전교조와 자신이 만난 전교조는 다르다는 것을.... 삶을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몇 십년이 흐른 후 현대사책에는 교육민주화, 학교민주화, 그리고 민주시민 교육에서 이룩한 전교조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아 기록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탄압은 잠시 동안은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더욱 거센 역풍을 몰고 온다는 것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

당분간은 참 분통터질 일이 많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 씩씩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단결하여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물어온다면 흥분하거나 격앙되지 않게 여유있는 미소로 차근 차근 내가 왜 전교조 교사가 되었는지 설명해야겠습니다.  *^^*

전교조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2008. 12. 5 어이없는 명단공개에 밤잠을 설치며.... 안혜정이 드립니다.



su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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