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아이 서현이와 마루네 집입니다.

 

 

 





   호호맘  

   혁신학교추진을 제안하며
교사에게 주어지는 학교가 아니라, 교사가 만들어가는 학교를 꿈꿉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업을 하면서 기초가 부족해서, 진로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해서 엎드리는 아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다가 목은 아프고 마음은 무거워져서 교무실로 돌아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공문처리에 정신이 없는데 쉬는 시간마다 조퇴시켜달라, 외출시켜달라 조르러 내려오는 아이들과 실갱이를 하고, 종소리에 허둥지둥 다음 수업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갑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종종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빨리 학교를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학교에 와보니 학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는 깊은 병에 걸려있고, 아이들은 점점 무의식, 무책임, 무감각을 몸으로 체득하며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이 모순을 견디는 방법이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는 엎드릴 수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매일 매시간 교실 현장에서 싸우며 견뎌야하고 아이들과 부대껴야 합니다.

그래서 원초적인 바램들이 싹틉니다.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을 마련하려면 교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업무는 분리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병이 깊은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상담할 상담교사, 어렵고 위기에 처한 학생을 케어할 복지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진학과 진로에 대한 전문가가 투입되어 아이들에게 자신의 관심과 능력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며 꿈을 키우게 했으면 좋겠다. 일년에 한두번은 학교 전체를 전문 청소업체에 맡겨 쾌적한 교실과 교무실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원활하여 화목하고 즐거운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등등.. 그러나 바램은 바램으로 끝날 뿐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못난이가 된 것 같아 입을 다뭅니다.

변화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변화를 고민합니다. 학급운영모임을 만들거나, 진로교육 스터디를 만들거나, 밥먹는 시간을 아끼고 퇴근을 늦추며 아이들과 상담을 하거나 동료 교사와 의기투합하여 작은 변화를 실천해 봅니다. 그러나 학교 전체가 바뀌는 시스템의 변화 없이 개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벽들을 만나며 쉽게 지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희망은 없는 것일까?
경기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몇 곳이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진로교육으로 생애를 설계하게 하고, 인성교육으로 원활한 소통을 배우게 하고, 수업을 개선하여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문제해결능력을, 인문학적 소양을 계발하여 삶의 의미를 가르친다는 목표아래 학교 시스템을 바꾸고 교사들을 그 주체로 내세우는 실험들이 이루어졌고 2~3년여동안 이루어진 성과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학교 위기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이론적 기반도 다져지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대체 무엇인가?
혁신학교는 무엇이다 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시작이기에 그 내용과 형식은 순전히 그 학교 주체들에 의해 창조됩니다.  다만, 이전 학교의 답답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전반의 변화를 시도하는 학교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농촌과 생태에 맞게 바꾼 학교, 열악한 지역환경에 맞게 돌봄을 위한 여러 가지 네트워크를 형성한 학교, 교사의 행정업무를 분리해 전담인원을 배치하고 교사들은 수업과 학급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움의 공동체’라는 교육실험을 실현하고 있는 학교 등 다양합니다.
이제까지의 혁신학교는 경기도에서만 시도되었고 서울에서는 2011년 처음으로 시도됩니다. 초등학교 12개, 중학교 24개, 고등학교 4개가 지정될 예정입니다.  일단 혁신학교 지정을 받으면 매년 2억의 예산을 4년간 지원하며, 공모제 교장을 초빙하고, 교육과정에서 30% 자율성을 보장해줍니다. 자원학교가 예산을 주로 컨텐츠 운영에만 국한했던 것에 비해 혁신학교 예산은 교육활동비외에 인력고용에도 사용할 수 있는 등 그 예산 사용에 자율성이 많습니다.  행정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겸할 수 있는 인력을 보충하여 기초수급자 파악, 학비지원, 급식지원, 장학금지급, 위기상황 지원과 케어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자치, 적응, 계발, 진로 교육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보충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여 수업의 질이 향상되고,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가 대폭 개혁되어 학교를 협력하는 공동체로 만들고,  20%의 우수한 아이들을 위해 80%가 들러리로 무의미한 시간을 죽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두가 좀 더 높은 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공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 학교여야 합니까?
우리 학교는 서울시 중랑구,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살고 교육환경이 서울에서 가장 낙후한 세 개 구안에 드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부모님이 돌보지 못한 사이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움에서 소외된 70%의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학교입니다. 현재 우리 학교 1학년은 영어단어 읽는 것이 자신 없고  분수, 소수, 복잡한 사칙연산에서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아이들이 한 반에 10여명 앉아 있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듣고 있자니 기운이 뻗치는 열일곱 남자아이들은 온 학교를 뛰어다니며 주체못할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아이들도 제대로 배움을 얻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학원 다니느라 못잔 잠을 보충합니다.  고교선택제를 실시하면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우수한 아이들을 유치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고 이제 내년이면 자원학교 예산도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하는데 지금도 예산에 대한 압박 때문에 냉난방이 어려운 상황이라 그나마 자원학교 예산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스럽습니다.

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것은 모험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학교는  더 잃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모색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배움에도, 경험에도, 진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변화 앞에 주저하십니까?
교사들이 일을 하면서 힘이 드는 이유는 그 일이 아이들의 성장이나 배움과 밀접하지 않다는 회의가 깊기 때문입니다. 의욕과 열정을 발현하려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소통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장 높은 이상은 교사의 자발적인 변화로 학교를 변화시키고 그 수혜를 아이들에게 뿌리자는 것입니다.  교사가 행복한 학교가 곧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을 일구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쳐 먼저 10여명의 선생님들이 ‘한 번 해보자’ 고 용기를 모았습니다.  다들 두렵고 자신의 역량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서로가 있으니 ‘한번 해보자’ 고....   서두를 것 없다고도 생각해보았지만 자원학교도 끝나고 교장선생님을 새로 모셔야 하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려면  교무회의를 열어 토론을 하고 51%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학운위를 거쳐 교육청에 제안서를 제출합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동시에 자율학교로 지정되며 혁신학교 이상에 맞는 학교 시스템 구축과 연구를 통해 우리 학교 실정에 맞는 혁신학교를 추진하게 됩니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학교가 아니라, 교사가 만들어 가는 학교입니다.  혼자서 ‘학교가 이랬으면 좋겠다’ 라고 꿈꾸었던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났지만,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토론과 논쟁... 수많은 이야기들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의견을 듣고 모으겠습니다. 생소한 화두 앞에 거부감도 생기시겠지만 마음을 열고 기다려 주십시오.

2010년 11월 8일   신현고등학교 혁신학교연구 모임 일동 올림


호호맘

열심히 선생님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직은 실험적인 틀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교사 찬반 투표에서 51%를 넘어 통과되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들에게 쾌거라 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결국 교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학교운영위에서 통과하지 못해 혁신학교 추진은 좌절되었습니다.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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