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아이 서현이와 마루네 집입니다.

 

 

 





   호호맘  

   제주 올레길 1코스, 광치기 해변, 4.3 희생자 위령비
2024년 푸른 용의 해라는 갑진년이 밝았다.
1월 16일, 제주도 2주 살기를 계획하여 제주도에 내려왔다. 사람들이 참 많이 하고 싶어하는 제주도 한달 살기... 우리도 처음엔 한달살기를 계획했지만 그렇게 시간을 내기는 어려워 2주살기로 축소하여 1월 16일부터 1월 31일까지 제주도에 있을 예정이다.

제주도에 여러번 왔지만 이렇게 여유있게 온 적은 없었기에 차를 몰고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둘러보는 여행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은 주로 걷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17일에는 제주 올레길 1코스의 절반을 돌았는데 주로 종달리 근방의 오름과 마을길이었다.
18일, 오늘은 제주 올레길 1코스의 나머지 절반을 돌았는데 성산포에서 성산일출봉을 거쳐 광치기 해변까지의 길이었다. 광치기 해변에서 4.3 희생자 위령비를 만났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후라서 그런지 바닷가에 세워져 총살당했을 희생자들의 모습이 해변과 오버랩되었다. 그 억울한 죽음들과 그 유족들이 살았을 한맺힌 세월들이 그려졌다.
제주도에 여러번 왔지만 제주가 가진 아픈 역사, 현재에도 다 끝나지 않고 계속 되고 있는 아픈 역사에 대해 나는 한번도 제대로 진지하게 알려고 하고, 기억하려고 하고, 함께 슬퍼하며 추모하려고 하지 않았구나 반성한다.

사람들의 앎이란 참 편협하다. 알고자 하는 것만 알고, 알고자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알지 못하는구나. 이제사... 4.3에 대해 자세히 뒤져보며, 4.3이라는 이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생각한다. 빨갱이 속출이라는 이름아래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의해 제주도민의 10분의 1인 3만여명이 희생당하는 대학살.
그리고 이후 유족으로서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고, 사과받지 못하고, 오히려 빨갱이 가족이라는 연좌제 고통으로 숨죽여 살아야 했던 제주도민들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처음으로 제대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찬찬히 걸으며 그 아픈 상처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추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보게 된 것은 그냥 한강의 책이라서다. 책을 사고 보니,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어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의 소설에 대해 그저 하나의 소설로, 가볍게 논평할 수 없게 된 것은 ‘소년이 온다’ 라는 책을 보고 부터이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내 까지게 뭐라고 소설을 잘 썼네, 별로네 말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소리 죽여 죽을 힘을 다해 써내린,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소설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읽는 수 밖에...
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먼저 보았는지, ‘소년이 온다’를 먼저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멀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작품을 읽고 나서는 한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쉽게 논평할 수 없는, 가벼히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2023년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지낸 듯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마음이 가뭄의 논바닥처럼 바짝 말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예기치 못했던 민원,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끊어지기 직전까지 가는 인내심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바닥이 나 있었나 보다.
책이 눈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1월이 지나서... 일과 사람들에게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였다. 꾸준히 읽지는 못하고 드문 드문 펼쳐 읽어서, 사이 사이 읽었던 내용을 연결해 가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드문 드문...

그러다가 겨울방학을 하고, 아이들 진학상담도 마무리하면서 책의 중 후반을 읽게 되었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읽다보니 이 책이 제주 4.3사건과 1948년부터 1950년대 초까지 일어난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와 그 유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북받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다. 그리고 새삼 나는 4.3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벌대에게 중산간 마을의 무고한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그 현장의 공포...
인간이 인간에게 그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의 삶
그리고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까지 이어지는 학살의 기억을 통해 아직도 다 끝나지 않은 역사의 과제에 가슴이 무거워 졌다.

'소년이 온다'로 사력을 다한 글쓰기를 한지 5년여 만에... 또 이렇게 4.3이라는 아프고, 쓰는 과정이 참으로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마주하여 우리에게 가져온 한강님에게 더 없이 존경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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